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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렝.png

 “가미씨는 사쿠마 선배랑 오래가네?”

 “…그렇게 오래됬나.”

 “솔직히 둘 성격이 정반대잖아. 서로 보완해줘서 그런가?”

 

 디저트와 음료가 놓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눈을 반짝이며 종알대는 스바루를 바라보며 코가는 들고있던 머그컵에 입을 대고 자신과 레이의 관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레이에 대한 존경은 동경으로 변했고, 곧 동경은 애정으로 변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긴채 레이의 주변을 서성이던 코가는 레이에대한 애정이 자신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기쁨에 눈물을 글썽였었다. 

 그 후는 탄탄대로였다. 레이와 연인이 됬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를 먼저 찾아다니던 코가의 경우 경음부실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는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레이는 코가의 공연을 보러 이른 시간(레이 기준에서)에도 야외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고, 이와 더불어 점점 둘만의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소 달달한 맛은 물론 그러한 분위기에도 적응을 하지 못하던 코가는 연인으로서 레이에게 좀처럼 다가가지 못했지만, 느긋이 코가를 기다려준 레이 덕분에 자신이 먼저 레이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기도하고, 자신을 향하는 애정어린 시선에 눈을 맞추기도 하는 등 점점 레이를 제대로 연인의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게 익숙해질 무렵, 해질녘의 경음부실에서 자신들은 손가락을 얽은채 길다면 긴 첫 입맞춤을 했었다.

 

 그래, 그랬었지. 그런데 지금 자신들은 어떤 관계일까. 그때처럼 열정에 가득 차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완전히 식은 것은 아니었다. 머그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코가는 고개를 작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 자신들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는 아닌 것 같다고.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스바루는 이내 아무렴 어떠냐며, 다이키치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면 되는거라며. 자리에서 일어난 스바루는 카운터에가서 작은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아, 이건 선물! 가미씨랑 사쿠마 선배한테는 이것저것 신세진게 많으니까!”

 “받아도 되는거냐.”

 “당연하지. 나도 쓸때는 쓴다고! 레온도 조심해서 들어가.”

 

 레온을 한번 쓰다듬은 뒤, 손을 흔들며 다이키치와 함께 멀어져가는 스바루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코가는 자신의 손에 들린 투명한 상자에 담긴 형형색색의 컵케이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단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이 준걸 쉽게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쿠마 선배’라. 점점 어둠을 끌어내리는 해를 바라보며 지금쯤이면 눈을 부비며 일어날, 자신의 연인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교문에 들어서자 자신의 예상대로 학교에서 딱 한 곳. 창문이 열린 곳이 있었다. 싸늘한 바람에 열린 창문 사이로 커튼을 휘날리고 있는 모습을 본 코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혹시라도 자고있을지 몰라 조심조심 문을 연 코가는 불도 켜지 않은 채 관에 앉아 뭔지 모를 책을 읽고 있는 레이를 향해 혀를 차며 불을 켰다. 

 

 “영감탱이가 남아있는 시력까지 영감탱이 되고 싶어서 환장했나.”

 “음? 우리 사랑스런 멍멍이가 이 시간에 왠일인고?”

 “자, 이거나 먹어.”

 

 코가가 내민 상자를 받아는 레이는 의외라는 듯 코가를 쳐다봤다. 우리 멍멍이에게도 꽤 귀여운 취향이 있구먼. 후후 웃으며 상자를 연 레이는 자신의 옆에 불만인 듯 입을 비죽이고 있는 코가에게 일그러지지 않은 컵케이크를 내밀었다. 단 것은 질색이었다. 하지만 레이가 준 것을 거절할만큼 자신은 용감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의 연인이 준 것인데 감히 거절할 리가.

 형형색색의 컵케이크가 손에 놓이자 괜히 침이 꿀꺽 삼켜졌다. 미미한 단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만큼 먹음직스러웠다.

 안 먹누? 컵케이크를 손가락으로 작게 잘라 입으로 넣은 레이는 컵케이크를 손에 두고 침만 삼키고 있는 코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금 먹지 않으면 분명 먹이려 들것이다. 코가는 하는 수 없이 제 손에 놓인 것을 작게 한입 베어물었다.

 달아. 자신에게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맛이었다. 도대체 이런 걸 왜 돈을 주고 사먹는걸까 알 수없다며 꾸역꾸역 입운동을 하고있자 레이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왔다.

 

 “코가.”

 “왜, 무슨 일….”

 

 차가운 무언가가 자신의 입술을 훑고 지나갔다. 엄지 손가락 끝에 엉성하게 묻은 크림을 핥는 모습을 보자, 아직 찬기가 남아있는 자리가 뜨겁게 간질거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표정으로 곱게 눈을 접으며 웃는 모습을 보자 얼굴이 화륵 달아올랐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자신의 무릎에 내려놓았던 컵케이크를 들어 크게 한입 베어문 코가는 입 한가득 들어찬 케잌을 우물거리며 중얼거렸다.

 

 “달잖아. 바보 흡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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