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어느 여름날이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걷듯, 유메노사키 아이돌과의 학생들도 땀을 흘려가며 각자 유닛 연습에 임하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연습이 끝난 언데드의 연습실에 안즈가 들어와 리더인 레이 몰래 카오루와 아도니스, 코가를 밖으로 불러냈다.
“저기… 사쿠마 선배, 요즘 기운 없는 것 같지 않아요?”
안즈가 그들을 불러내 소곤소곤 읊조리듯 한 말의 주제는 ‘사쿠마 레이’였다.
초여름이 지나고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이 되었다. 굳은 페인트조차 태양에 녹아버릴 만큼, 강렬한 태양빛이 도시를 덮쳤다. 기온 역시 역대 최고도에 올랐고 더위를 먹어 쓰러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사쿠마 레이이다.
사쿠마 레이는 흡혈귀였다. 컨셉이든 아니든 ‘흡혈귀’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었고, 그도 그 수식어에 맞게 흡혈귀처럼 행동했다.
흡혈귀는 태양빛에 매우 약하다. 그리고 흡혈귀인 사쿠마 레이 역시, 태양빛에 매우 약하다.
요즘 그는 연습을 조금만 해도 쓰러졌고 경음부실에서 잠을 자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정말, 관 속에서 죽은 듯이 잠만 잤다.
“그야 여름이니까 그런 거겠지. 쳇, 흡혈귀 녀석…”
코가가 혀를 차며 말했다.
오오가미 코가는 지금까지, 앞으로도 사쿠마 레이의 팬일 사람이었다. 그리고 레이를 학교에서 잘 챙겨주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런 코가가 레이의 상태를 모를 리가 없었다.
“나도 걱정된다. 사쿠마 선배, 어디 아픈 건… 고기를 먹지 않아 그런 거다.”
아도니스도 함께 걱정하자, 안즈는 빙긋, 장난기가 담긴 웃음을 머금고선 언데드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그럼… 사쿠마 선배를 위해 달콤한 디저트라도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순간 안즈의 눈이 반짝였다.
“음~ 그래서 안즈 쨩,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나?”
핸드믹서를 든 카오루가 쓴 웃음을 지으며 안즈에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홍차부에게 기껏 빌린 부실은 생크림과 코코아 가루, 빵 가루 등으로 엉망이 되어있었고 카오루와 아도니스, 코가의 얼굴도 크림과 가루로 인해 꽤 엉망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티라미수 하나 만드는데…”
티라미수. 그들이 만드는 디저트는 토마토 티라미수였다. 마스카포네 치즈와 생크림을 섞어 만든 치즈크림과 빵 시트, 토마토 잼을 반복하여 쌓고 그 위에는 슈가 파우더나 코코아 파우더를 뿌리기만 하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디저트였다. 하지만 그 간단한 디저트는 부실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본 안즈는 어이없음과 신기함이 오묘하게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만, 만들어 본 적이 있어야지!”
안즈의 반응을 본 코가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로 소리쳤다.
사쿠마 레이는 연습이 끝난 후에도 연습실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자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멍을 때리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꽤나 많이 지났지만 레이는 그것을 느끼지도 못하고 벌써 한 시간이 넘도록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정도면… 맛있을 거라 생각한다.”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드디어 토마토 티라미수가 완성되었다. 부실은 여전히 더러웠지만 완성했다는 것에 빠져 더러워진 부실은 생각나지도 않았다.
“이제 사쿠마 선배한테 드리러가요.”
안즈는 완성된 티라미수를 포장지로 예쁘게 꾸민 뒤 작은 상자에 담아 들었다. 포장이 너무 화려한 거 아니냐며 카오루가 질색하긴 했지만.
만들어진 디저트를 들고 연습실에 다시 찾아갔을 때, 사쿠마 레이는 곤히 자고 있었다. 깨울까, 조금 망설이긴 했으나 그래도 쉬고 있는 사람을 건드는 것은 아니다 싶어 티라미수는 옆에 두고 함께 조용히 연습실을 정리한 뒤 나왔다. 포스트잇으로 작은 메시지를 남겨두고 말이다.
사쿠마 레이가 자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학생들이 하교한 뒤였다. 노을은 지고 있었고 학교도 고요했다. 레이가 일어나려 팔을 옆으로 뻗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일어나 확인해보니 꽤 귀여운 상자가 있었고 안에는 보라색 리본이 묶여있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티라미수 통이 들어있었다.
“…?”
사쿠마 레이는 이게 왜 연습실에 있나, 하며 의아해했지만 통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내용을 보고선 웃으며 납득했다.
‘사쿠마 선배가 요즘 기운이 없는 것 같아서 함께 만들었어요. 맛있게 먹어주세요.’
‘여자애도 아니고 남자한테 만들어주는 건 별로지만~ 그래도 만들었으니까?’
‘쳇, 이 몸이 왜 이런 걸 만들어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쓰러지지나 마.’
‘고기를 먹지 않아 그런 거다. 사쿠마 선배, 몸부터 챙기기를 바란다.’
사쿠마 레이는 포스트잇에 적힌 내용들을 보고서는 웃으며 티라미수를 한 입 떠먹으며 중얼거렸다.
“꽤나 귀여운 짓을 했구나…♪”